죽음의 통곡에서 삶의 희망으로 -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20년 만의 개정판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 그 어떤 말로도 치유할 수 없는 참척의 아픔을 박완서 작가는 글로 대신했습니다.
한국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가 기록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 『한 말씀만 하소서』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쏟아낸 절절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생명에 대한 감사와 삶의 희망을 담은 일기입니다. 이번 개정판은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더욱 깊어진 울림으로 독자들을 찾아옵니다.
삶과 죽음을 둘러싼 고통과 성찰
죽음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순리로 여겨지지만, 세상에는 그 순리를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죽음도 있습니다. 참척(慘慽),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한 말씀만 하소서』는 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 참척의 고통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절절하게 탐구한 기록입니다.
박완서 작가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일기에 담았습니다. 절대자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삶의 무력감 속에서 그녀는 통곡 대신 펜을 들어 글로 마음을 토해냈습니다. 이 일기는 단순히 개인적인 슬픔의 기록을 넘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전달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새롭게 더해진 이야기들
이번 개정판은 기존의 기록에 더해, 작가가 고통을 딛고 다시 삶으로 돌아서는 과정을 생생히 담은 수필과 서신, 그리고 맏딸의 회고록이 추가되었습니다.
ㆍ 수필 「언덕방은 내 방」: 죽음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 다시 삶의 뿌리를 내리게 한 분도수녀원 ‘언덕방’에서의 시간.
ㆍ 이해인 수녀님과의 손 편지: 아픔의 시간을 함께 나눈 수녀님과의 따뜻한 교류.
ㆍ 맏딸 호원숙 작가의 글: 어머니의 고통과 극복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의 또 다른 얼굴.
삶의 희망으로 돌아서다
이 책은 단순히 슬픔에 빠져드는 기록이 아닙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고통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위안을 제공합니다. 오늘의 고통이 영원할 것만 같을 때, 박완서 작가의 이야기는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이 되어줍니다.
책을 열기 전부터 시작되는 공감
개정판의 앞뒤 표지에는 책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육필로 재현된 제목 글자는 그녀의 외침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그 단순하지만 강렬한 외침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들입니다.
삶이 무너진 순간에도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 『한 말씀만 하소서』가 지금 이 순간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도 삶의 빛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