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타임슬립한 탐정을 위한 검시지침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푹신한 매트리스 대신 퍼석한 짚단이 깔려있는가? 혹은 스마트 폰 알람 대신 닭 우는 소리가 당신의 귀를 간지럽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새 조선 시대로 불시착한 것이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말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이란 모두에게 같지 않으며, 역행하는 시간이 탐정인 당신을 선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기묘한 사건 현장에 떨어졌다면, 당신은 어설픈 행동과 낯선 말투 때문에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받게 될 것이다.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고? 불가능하다. 당신이 알고 있는 지문 감식, 혈흔반응, CCTV 등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즉 십중팔구 당신은 명탐정이 아닌 뜨내기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사건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신의 손에 현대에서 가져온 이 서적이 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 조상들은 시신의 흔적에서 진실을 읽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조선의 법의학서 『증수무원록增修無寃錄』, 『검요檢要』를 통해서이다. 이 책은 해당 기록을 바탕으로, 당신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101가지 검시 팁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물론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의아하고 낯설 수 있지만, 조선에서라면 그 어떤 참고서보다 효율적으로 당신의 사건 해결을 도와줄 것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낯선 시간 속 억울한 고초를 피하고, 진실을 밝히는 명탐정으로 거듭나는 행운이 당신과 함께하기를. / 당신의 안전한 시간여행을 기원하는 편집자가.